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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앗-.-! 앗뜨^.^?

[A VISIT 귀상어]장성완展

실천예술 두눈 2008. 3. 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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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VISIT 장성완展

2008. 3.5 ~ 11


갤러리 31


 

 


 

 

숭고한 힘과 열린 텍스트 

손님이 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사건이다. 손님이란 뜻밖의 사람일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소식일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야기는 손님으로부터 시작된다. 헌데 그 손님이 바다를 끌고 왔다. 그것도 물빛 귀상어 일곱 마리를 데리고 예고도 없이 찾아온 것이다. 장성완의 작품이 사건적일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바로 이 느닷없는 방문으로부터 자신의 조형적 서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완_a visit-귀상어_설치_스텐레스 스틸, 조명_150×320×143cm_2008



예기치 못한 일들에는 모종의 불편함과 기묘한 흥분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불편함이란 낯선 손님이나 뜻밖의 소식 때문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수고로움 탓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편안하고 익숙한 내 일상의 공기를 은밀하게, 때로는 마구 흔들어댄다는 데 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 뒤에는 우리들의 오랜 고정관념이나 일종의 클리셰 혹은 습관적 인식이 허물어지거나 교란되는 데 대한 기묘한 흥분과 은근한 즐거움도 분명히 자리잡고 있다. ‘A Visit’를 처음 대하면서 들었던 느낌도 바로 이 낯선 손님을 대하는 기묘한 흥분과 은근한 즐거움이었다




장성완_a visit-귀상어_설치_스텐레스 스틸, 조명_150×320×143cm_2008


사실 모든 훌륭한 예술은 낯설고 새로운 것이다. ‘뜻밖의 손님’ 다시 말해 어떤 ‘사건’이 아니고서는 우리의 관례적인 인식 체계 또는 기존의 상징 체계를 균열시킬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러한 균열이 의미 있는 것은 인간이 만든 기존의 체계나 시스템이 불완전하다는 데서 기인한다. 예술은 그 불완전함을 폭로한다. 끊임없이 까발리고 들추어낸다. 그럼으로써 우리를 달뜨게 만들고 반성시킨다.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장성완의 작품은 놀랍고도 성찰적이다. 그의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서울 한복판에서 상어를 마주치리라고는 절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형예술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글을 써달라는 그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준 것도 그의 작품이 풍기는 아우라가 범상치 않아서였다.




장성완_a visit-귀상어_설치_스텐레스 스틸, 조명_150×320×143cm_2008


‘A Visit’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동성과 숭고함이다. 일곱 마리의 상어는 하나의 생명체가 지닌 고유한 힘으로 가득 차 있다. 유선형의 몸체는 스스로의 힘으로 터질 듯 충만되어 있고, 단단한 지느러미는 시원의 물결을 거침없이 밀어내고 있다. 게다가 그런 원시적 힘들이 군집을 이루어 다가올 때는 말할 수 없이 거대한 숭고의 감정이 가슴 밑바닥부터 치밀어 오른다. 일곱 마리의 상어는 저마다의 개별 생명체인 동시에 거대한 바다 전체를 거느리는 온생명의 세계를 함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숭고의 감정은 바로 거기서 비롯된다. 알다시피 숭고란 크기와 힘의 문제이다. 개별 생명체에 초점을 맞출 때 인간 정신의 크기는 꼭 그 정도로밖에 대응하지 못하지만, 온생명으로서 거대한 바다와 마주치기 위해서는 우리 정신 역시 그와 같은 크기로 원대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장성완_a visit-귀상어_설치_스텐레스 스틸, 조명_150×320×143cm_2008


그리하여 장성완의 작품은 닫힌 세계로서의 ‘작품’을 넘어 열린 ‘텍스트’로 다가온다. 이 점은 단순한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일곱 마리의 귀상어는 그 자체로 제각각의 작품이면서 전체로서는 자유롭게 변형 가능한 열린 텍스트로 읽힌다. 상어들이 줄지어 다가올 때는 어떤 무시무시한 힘과 두려움을, 둥글게 모여 있을 때는 유유자적한 평화로 읽힐 수 있다. 잘은 모르지만 이와 같은 특징은 동업자(?)에게도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라 짐작된다. 감상자 역시 잘 빚어진 작품을 완상하는 수동적 관조에서 벗어나, 자기 나름대로 위치를 바꾸어보면서 자유롭게 의미를 생성하는 능동적 참여자가 될 수 있다.



장성완_a visit-귀상어_설치_스텐레스 스틸, 조명_150×320×143cm_2008


현대 예술이 예술 그 자체를 철학함으로써 스스로 파국을 맞았다는 종말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장성완을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들은 정말 사치스럽고 쓸데없는 염려처럼 느껴진다. 쇠를 하나하나 용접해서 붙이고 그걸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다시 사포로 일일이 밀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드문드문 지켜보면서 그와 같은 수공업적 사유가 귀하게 대접 받는 날이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막상 완성된 작품을 마주 대하고 보니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찬란해서 참으로 기쁘다. 차가운 금속성 아래 뜨겁게 달궈진 열정이 오래 오래 타오르기를 바란다. _ 김점용

갤러리 31_서울 종로구 관훈동 31번지 B1(수도약국옆) 관람시간:11:00~19:00
02.732.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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