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아버지의 자서전을 도와 드리고 있습니다.
작년 추석 때 본가인 김해로 내려오지 않는다고 무척이나 혼이 나고 사이가 완전 틀어졌는데 그래도 부탁을 하시니 거절은 못 하겠네요.
아버지가 말씀하신 걸 동생이 문서로 만들어 보냈는데 했던 말이 또 나오고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을 다듬으려니 참 힘겹습니다. 쓰지 말았으면 하는 내용도 있고 아들이라 그런지
흥미 있고 찡한 내용도 있습니다. 할머니의 부분이 특히 더 그렇습니다.
"진례로 오시어 행복한 마음으로 밭일하셨다. 국섬에 있을 때 계단식 돌밭에서 곡식을 키울 때 언제 내가 넓은 밭을 가지게 될꼬! 하셨는데 “종복이 니가 내 소원을 풀어주었구나! 고맙다.” 라는 말씀도 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작업장에서 늦게까지 작업을 하면 주무시지도 않고 물이라도 떠오셔서
“종복아 물 마시고 해라” 하고 옆에 와서 거들어 주고 치워도 주고 번번이 내게 마음을 써주셨다. 어머니가 참 고마웠다. 이 정도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머니의 가르침과 덕분인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을 때 할머니의 육성으로 들리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 살아생전에
김해 본가에서 혼자서 늦게까지 아버지 일을 거들어 드리곤 했는데
그 때도 늦은 밤에 나와 만든걸 관심있게 보고 말도 건네시고 하셨더랬지요.
저의 작업 중에 할머니의 유품과 노순택 작가님 가족이 2년 1개월간 모아준 손톱으로 만든
<노란 향수> 가 있는데 이 호미로 정말 열심히 일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낡아 호미를 더 오래 쓸 수 있었던 건 호미자루를 아버지가 다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주셔서 반평생 이상을 사용할 수 있었던 거지요.
<노란 향수를>는 이땅위에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모든 이의 마음의 밭을 일구는 도구로 작용하기를 소망했는데 정말 그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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