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톱이 예술이 됩니다

두눈작업

추석 연휴를 앞둔 이상주의 예술가의 고백

실천예술 두눈 2011. 9. 9. 20:16

 

 명절 연휴가 되면 무리 지어 날아가는 철새처럼 고향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은 귀향길에 오른다. 그리고 가족을 만난다. 부모님이 바라는 삶과 본인이 살고자 하는 삶이 다르고 특히 생활이 궁핍하다면 부담감을 안고 만날 수밖에 없다. 30대 중반이 되어 가는 나는 아직도 내가 추구하는 예술로 물질적 풍요로움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선택한 이 길을 포기할 수 없기에 고집을 부리고 있지만 한편으론 자식의 도리를 하지 못하고 있음에 미안한 마음과 함께 작아진다.

명절 때 동생은 조카들에게 용돈을 주지만 나는 그런 적이 없다. 오히려 동생과 누나 그리고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았다. 돈한 푼주지 못하는 아들이 딱하셨던지 아버지는 저번 설날에 조카들 오면 만원씩 주라면 3만원을 더 주셨다. 하지만 나는 차마 조카들에게 용돈을 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번 돈이 아니었기에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벌면 최대한 의,식을 위한 소비는 줄이고 예술 활동을 위해 지출했다. 올해는 작년 진행한 두눈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물을 한 장소에 전시하여 프로젝트를 통해 관계 맺은 분들과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예술지원 공모에 제출한 안이 선정 되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 볼 여유시간이 생겼다. 아버지 작업도 도와드리고 생활비도 벌 겸해서 한 달에 반은 김해 본가에 내려가 생활 했다. 서울에서도 아르바이트가 있으면 일을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용돈을 드렸고 인천 누나 집에도 가고 부산 여동생 집에도 가서 밥도 사고 조카들에게 용돈도 주었다. 한편으론 예술지원 사업에 두눈 프로젝트가 선정되지 않은 것이 잘된 일이구나 생각했다.

 

장마가 시작하기 전 김해 작업장 안에 새가 날아와 노래를 부리기 시작했다. 새가 벽면의 사용하지 않는 전기 박스 안으로 날아들어 가는 것을 보게 되었고 새가 둥지를 튼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안을 드려다 보니 아기 새 6마리가 있었다.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고 있는 아기 새가 약간 징그럽기도 했지만 생명의 고귀함이 느껴졌다. 가끔 아기 새가 잘있나 드려다 보곤 했다. 어느 날 다시 둥지를 보니 한 마리만 남아 있고 5마리는 사라져 버렸다. 당연한 이치이겠지만 섭섭했다. 남아 있는 아기 새는 둥지에 발이 걸려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 한 마리 아기 새를 위해 부모 새는 계속해서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더 오래 새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아기 새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둥지에서 아기 새를 꺼내어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손톱 작업을 못마땅해하시는 아버지와의 충돌로 나 역시 다시 오지 않을 마음으로 김해 작업장을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는 이 작업장을 물려받아 장인이 되길 원하신다. 하지만 내 꿈은 장인이 아니다. 나를 믿지 못하는 아버지는 이런 말까지 하셨다. "내 살아생전에는 손톱 작업으로는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차라리 수많은 표정을 담을 수 있는 손을 만들어라"

나는 능숙하게 잘 연주하는 연주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기에 그러한 작업에는 관심이 없다. 부모가 자식을 걱정해서, 그리고 현재의 나의 모습이 안타까워서 그러한 것이겠지만(어떤 작가는 찌질하다는 말도 했었다.) 진정한 사랑은 자식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무모한 도전처럼 보일지라도 자식을 믿어줄 수 있는, 그 도전에 실패해 쓰러져 있다면 예전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다시 일어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번 추석 때 내려가지 않으려고 마음먹었지만, 몇 분의 조언에 내려가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트위터에서 알게 된 분이 가족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선물을 주셔서 아들로서 삼촌으로서 풍성한 한가위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 생활 7년 만에 처음으로 선물을 들고 내려간다.

갑자기 김해 작업장에서 태어난 새들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잘 살고 있을까? 특히 잠시나마 체온을 느꼈던 마지막 남은 아기 새가 궁금해진다.

 

2011년 9월9일 기부의 날에 두눈 올림

 

  재미 이상의 그 무엇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