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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앗-.-! 앗뜨^.^?

애희를 부탁해

실천예술 두눈 2007. 2. 10. 00:57
 



애희를 부탁해

애희 개인展
http://www.aehee.com
2007.2.7 - 17 대안공간 미끌


1983년, 미국에서는 마돈나의 이름을 건 ‘마돈나’ 앨범(데뷔작)이 출시되었다. 데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한 유명 팝 가수의 공연에 게스트로 초대되었고, 공연을 마친 뒤 ‘세계를 지배하고 싶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25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 80년대를 주름 잡던 그녀의 동료 팝 아티스트 대부분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갔지만 마돈나 자신은 실제로 동시대 팝음악의 수면 ‘위’에 당당히 살아 남았다! 초창기 마돈나를 바라보던 대중들은 그녀가 오로지 ‘몸’으로, 섹스의 ‘이미지’로 천박하고 쉽게 돈을 벌고 유명세를 탄다고 보았겠지만, 마돈나는 수십여 년간 쇼 비즈니스 세계를 누비며 철저히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섹시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대성contemporary을 지켜낸 ‘전사’의 이미지에 가깝다.





2004년 7월, 작가 애희는 핀업걸 프로젝트(A…Pinup-Girl 되기)라는 인상적인 타이틀을 통해 미술계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리고 이때 이용된 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 속에서 남성이 만들어낸 여성의 ‘이미지’, 핀으로 대강 벽에 꽂아 성적 포획의 대상으로 삼는 관음의 대상으로서의 ‘여성-되기’ 프로젝트였다. 미술의 특성상 그것이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 되는 쇼 비즈니스 세계의 마돈나처럼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었어도 결과는 물론 성공적인 것이었다. 그녀 스스로 말했듯, 작가 자신이 관음의 대상이자 분열된 주체로, 모델이자 프로듀서, 에디터이자 심지어 관람객으로, 멀티 플레이어로 기능하며 기대한 것은 전략적으로 ‘주목 받는 것’이었으며, 실제로 기대 이상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라. 주목 받지 못하는 핀업걸은 그 자체로 무용無用하다.) 그러나 시대가 흘렀어도 여성을, 특히 핀업걸을 자처하는 섹스 어필한 이미지의 여성에게 수난이 없을 리 없다. 알고 보면 자그마한 체구에 그리 섹시하지만은 않은 실제의 애희는 그것이 작가에 대한 것인지 성적으로 대상화된 핀업걸에 대한 것인지 구분 불가능한 과도한 관심과 숱한 오해, 편견들로부터 어쩌면 예정된 염증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같은 해 열린 두 번째 개인전에서 작가는 첫 번째 개인전에서의 대상화 ’되’고 관찰 ‘당’했던 경험을 토대로, 타인을 대상화 ‘하’고, 지나는 이들을 훑고 관찰하는 쪽으로 그 역할과 방향을 바꿔 본다. 흘깃 보기glance와 응시gaze의 차이를 통해 자신의 시선이 타인의 시선에 의해 읽히고 결정됨을 보여주고자 한 이 전시에서 애희는 대중들로부터는 ‘뭔가 미지근하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이러한 시추에이션 역시 핀업걸 프로젝트의 연장 선상으로 볼 때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실례이기도 하다. 대중들은 언제나 좀 더 자극적인 것, 좀 더 선정적인 것에 갈증을 느끼기 마련이다. 때문에 애희의 작품을 경험한 관람객 역시 ‘작가’ 애희의 다음 작품 세계에 대한 진지한 기대 보다는 ‘핀업걸’ 애희가 다음 작업에서는 또 어떠한 놀라움과 자극을 가져다 줄 것인가, 혹은 얼마나 더 벗을 것인가를 기대하는 편이 훨씬 더 수월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전과 막 바로 이어진 두 번째 개인전을 바삐 진행한 애희는 당분간 숨 고르기를 결심하게 된다. 빠른 시간 무한히 흩어지고 분열된 주체들을 모아 새로운 상상력을 도모할 시기가 필요했던 것이리라.




애희를 부탁해_배개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6


그리고 2007년 2월, 도발적인 포즈로 핀업걸을 자처하며 좁은 미술계에 잔잔한 파장을 몰고 왔던 애희가 이번에는 섹시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애완인간-되기’ 라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돌아왔다. 애희는 지난 해 봄부터 어덜트 시터를 구하는 구인광고를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일정 기/시간 동안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을 돌봐줄 사람들을 고용했다. 그는 자신이 고용한 이들에게 일정한 돈을 지불하는 대신 그들로 하여금 노동에 버금가는 애정과 보살핌을 청한 것이다. 그렇게 각각 다양한 개성과 포부로 프로젝트에 임하게 된 어덜트 시터들과 인연을 맺은 작가는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 여러 가지 형태의 애정과 보살핌을 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무수한 경험들은 각각의 시터들에 의해 일지, 사진,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로 기록되었고, 작가는 이 중장기적인 프로젝트에서 자신을 돌보아 왔던 다양한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 어덜트 시터들에 대한 특정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에 따르면 그것은 “학습이나 훈련과정을 통해 무엇인가를 가르치고자 하는 경우, 건강을 우선시하는 경우, 심리/정서적인 안정을 주려 하는 경우, 함께 자고, 간식을 만들어 주거나 잠자리를 봐주고 매일 전화해주는 등의 일상적인 보살핌을 주는 경우, 생활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경우” 등으로 분류된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시터들과의 생활 속에서 때로 대상화된 자신이 보살핌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즐거울 뿐만 아니라 고통스럽거나 매우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 될 수 있으며, 또한 보살핌을 받고 있는 자신이 오히려 자신을 돌봐주러 오는 이들을 대상화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애희의 세 번째 개인전「애희를 부탁해」는 사랑과 보살핌, 보호와 훈육, 그리고 제어가 사회의 제도와 관습에 의해 같은 맥락을 이루고 있음을 시사하는 일종의 다큐멘터리 작업이다. 작가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보살핌을 주는 행위가 결국 단순히 수직적, 일 방향적인 것이 될 수 없으며 이들 관계가 주는 것과 받는 것을 동시에, 그리고 함께 나누어야 하는 일임에 주목한다. (고용된 시터들은 함께 하는 동안 어느새 애완의 대상으로부터 역으로 보살핌을 받게 되기도 한다.) 애희는 이번 전시에서 역시, 예상치 못한 이들 상호의 반응 속에서 실시간 리얼리티 쇼의 배우로, 감독으로, 편집자로, 시청자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수십여 년 동안 동시대 팝 문화를 지배할 수 있었던 마돈나의 힘은 도발적인 눈빛과 탄력 있는 몸, 타고난 세련된 음색뿐만은 아닐 것이다. 격렬하고 빠른 속도로 넘실대는 트렌드의 파도 한 가운데서 정신을 잃지 않고 정확한 타이밍에 과감히 몸을 실어 파도를 뚫고, 계속해서 반복되어 몰려 올 파도들을 지루해하지 않고 맘껏 즐기는 것. 이것이 바로 마돈나가 가진 힘이 아닐까? 애희의 ‘—되기’ 프로젝트는 흘깃glance해 보면 단발적인 아이디어들의 산발적인 실험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찬찬히 응시gaze해 보면 이들 각각의 작업들이 매우 과감하면서도 집요한 과정을 토대로 하나의 맥락을 이루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도의 평형감각이 없이는 스릴과 흥미를 즐길 수 없는 깊은 바다 위의 서핑처럼, 인고의 체험과 탄탄한 스케치가 없이는 들려줄 수 없는 매우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들이「애희를 부탁해」展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니, 그녀의 용감한 행보를 기대하고 응원해 보기로 하자.  _ 유희원



무제_디지털프린트_450×150cm_2006


미끌_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22 에이스빌딩 3층 12:00pm~07:00pm
Tel. 02_325_6504            www.micc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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